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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

한반도와 남북

*!*b 2017. 5. 1. 00:15

한반도의 역사를 배우면서 느는 것은 깊은 탄식인 것 같다. 어디서부터 단추를 잘못 꿴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굳이 바꿀 수 있다면 적극적인 근대화를 추진해 식민지 시대의 아픔을 없던 사실로 만들고 싶다. 그것도 안 된다면 한국전쟁의 비극을 없애고 싶다. 그것도 안 된다면 남북분단. 그러나 역사에는 If가 없다. 모두 바꿀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국제 정세에 발맞춰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근대화와 식민지, 그리고 한국전쟁과 남북분단은 모두 국제질서 개편에 따른 힘없는 한반도의 희생이었다. 이러한 와중에 단 한번, 국제적인 변화에 따라 우리가 스스로 운명을 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바로 노태우 정권 때이다.


노태우 정권은 민주화와 탈냉전의 절묘한 시기에 맞물려있는 정권이다. 87년 노태우는 대통령이 되고 89년 소련의 붕괴로 탈냉전이 시작되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88서울올림픽을 개최하며 공산주의 국가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쟁, 이후 아니 대한민국 수립이후 처음으로 맞는 첫 국제행사이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이를 이끌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던 것이다. 그래서 자유 진영의 국가만 참여하는 반쪽짜리올림픽이 아닌 자유진영, 공산진영이 참된 화합의 장을 만들고자 했다.


이런 이해에 따라 노태우는 7·7선언을 발표하고 북방외교에 힘을 기울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평화통일에 관한 것이다. 이때 우리는 탈냉전이라는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체제의 변화에 편승해 분단의 아픔을 씻을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순항하던 남북관계는 92년 말 갑자기 중단되어 버린다. 왜 우리는 다시는 오지 못할 기회를 놓친 것일까?


첫 번째로 미국의 개입이라는 설이 있다. 그러나 미국은 팀스피릿 훈련까지 취소하며 남북화합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미국은 대선을 치르는 중이었기에 이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김영삼의 권력이양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이다. 노태우의 임기는 오개월정도 남은 상황이었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특히 노태우의 레임덕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바로 훈령조작사건이다. 훈령조작사건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내린 훈령을 차단하고 조작한 일이다. 더 재밌는 것은 훈령조작사건의 진범으로 밝혀진 이동복은 후에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영삼 세력의 비호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아무튼 이러한 레임덕 상황에서, 권력의 중심인 김영삼은 남북관계의 개선을 노태우의 공으로 돌리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노태우 정권에서의 남북관계 개선을 막고자 그러한 훈령조작사건을 조종한 것이다. 또 최대의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던 김대중이 통일에 모든 헌신을 다하는 것이 김영삼의 입장에서는 반동으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 번째로 훈령조작사건의 이동복과 삼성의 관계가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이다. 이동복은 6년동안 삼성에 몸담은 이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삼성, 현대, 대우가 대기업으로 자리 잡은 상태였다. 남북관계의 개선은 기업의 사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기 때문에 기업 역시 남북관계전문가가 필요했는데 삼성에서 이동복이 이 역할을 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이 대우, 현대는 남북관계 개선에 기업의 명운을 걸 정도로 굉장히 열을 쏟았지만 삼성을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삼성과 이동복의 관계가 의심이 된다.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두 번째 가설이든, 세 번째 가설이든 어떤 것이 맞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개인의 부와 명예를 위해 남북관계가 진전될 수 있었던 시기를 놓친 것이 매우 아쉬울 따름이다. 왜 더 큰 그림을 보지 못했던 것일까. 민족의 아픔보다 개인의 기쁨을 챙기는 것이 먼저였던 그들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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