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In 우즈벡 일정 <타슈켄트 - 히바 - 부하라 - 사마르칸트 - 타슈켄트>

                                                                                                                 - 11객차 054자리

우즈벡에서 내 세 번째 여행지는 부하라였다. 보통 우즈벡 가면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부하라는 꼭 들리는 것 같다. 히바는 좀 거리가 있어서 빼놓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우즈벡은 히바다. 재차 강조한다.

나는 정말 생각없이 우즈벡 여행을 갔다. 물론 생존에 관련한 것들(여행자 보험, 환전 등)의 준비는 했지만 우즈벡 내에서의 13일 간의 일정을 며칠 동안, 어떤 교통수단으로 갈 지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은 전혀 없었다. 그래도 왜 인지 모르게 본능적으로 히바가 무척이나 끌려서 타슈켄트에서 히바로 가는 기차티켓은 삼만원주고 미리 러시아 기차사이트에서 예매했다. 문제는 히바에서 부하라, 부하라에서 사마르칸트, 사마르칸트에서 타슈켄트로 가는 모든 교통수단 편을 계획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어도 노어도 짧은데 배짱하나는 두둑했나보다. 그래도 나같은 바보도 잘 살아 돌아왔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흐르다 보면 다 되더라.

히바에서 하루종일 이찬칼라 관광지를 돌아다니고 기념품 구경하다보니 내가 한국인인 것을 알아보는 우즈벡인이 있었다. 자수라라는 아저씨였다. 나보고 한국인이냐며 자신은 한국에서 7년 동안 일하다 다시 우즈벡으로 와 가게를 두 개인가 세 개인가 냈다고 했다. 그리고 자수라 아저씨께서는 히바 이찬칼라의 각종 TMI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셨다. 한 달 가게세는 한국 돈으로 300만원 쯤하고(내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깜짝 놀랐다), 자신이 고용한 아르바이트생 하루 급여는 20,000숨이라고 했다. 한국 돈으로 3,000원 안되는 돈이라 이 급여로 생활이 가능한가 싶어 시급인지 일당인지 재차 확인했는데, 우즈벡에 시급 개념은 없고 하루 종일 일해서 이만숨을 받는다고 했다. 모르긴 몰라도 자본주의 국가에서 빈부격차는 숙명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히바에서 만난 자수라 아저씨 덕분에 나는 히바에서 부하라로 가는 기차표를 끊을 수 있었다. 사실 여권을 호텔에 맡겨놓은 것을 깜빡해서 기차표를 못 끊었었다. 2번이나^^. 우즈벡에도 완벽한 내 정신머리. 세 번의 시도 끝에 기차표를 끊을 수 있었다. 자수라아저씨가 화 내실 줄 알았는데 화 안내셔서 놀랐다. 두 번이면 화낼 법 한데. 내가 저녁도 사드리고 한국에서 공수해 간 맛있는 한국 음식도 좀 갖다 드렸다. 비자 나오면 한국에 일하시러 또 오신다고 하셔서 한국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 했다. 우리집 김치 맛있으니까 한 보따리 챙겨드린다고 약속했다.

자수라 아저씨 가게 근처 기념품 가게

히바에서 부하라로 가는 길. 나는 기차표 자리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처음 올 때 탔던 같은 객차, 같은 자리였다. 그리고 차장도 같았다. 차장 아저씨가 날 데러리 다시 히바에 온 줄 알았다. 게다가 차장아저씨 얼굴도 잘생겨서 더 반가웠다. 반가움은 진짜 잠시고 웬 아저씨들만 잔뜩 타니 텐션이 훅 떨어졌다. 처음에 기차탈 때는 아줌마, 할머니, 애기들이 많아서 참 마음이 편했는데 정말 앞뒤로 아저씨들만 있으니까 좀 재미없었다.(무섭지는 않았다)

그러다 이름 모를 기차역에서 한 젊은 남자가 탔다. 키도 크고, 어깨도 넓은 감탄스런 피지컬에 내가 본 우즈벡 남자 중에 제일 잘생겼었다. 다른 자리인 줄 알았더니 내 앞에 앉더라. 광대가 들썩였지만 티내지는 않았다. 체면이 있지. 나한테 영어로 말 걸더라. 나 영어 싫어하는데... 내가 비루한 노어를 몇개 내밀었는데 못 알아듣는 눈치였다. 내 노어 발음이 너무 후져서 그런가보다 하는데 얘는 노어를 모른댄다. 우즈벡어, 영어만 할 줄 알고 노어는 나보다 모른다고 했다. Wow.. 분명히 두 번째 언어가 노어라고 해서 우즈벡 온건데... 한국 도착해 다시 구글 뒤져보니 요즘 젊은 애들은 영어를 많이 배운다고 한다. 작은 테이블 앞에 두고 계속 마주보고 가야 해서 참 멋쩍었다.

외국 나가서 절대 나이를 물어보면 안된다 큰 실례다 이런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우즈벡은 나이 엄청 물어본다. 내 앞에 앉은 젊은 남자의 이름은 토마스(우즈벡이름 못외움)였고 98년생이었다. 말이 진짜 많았다. 내가 영어를 잘 했으면 좋았을텐데... 영어 공부 좀 하지... 아무튼 나도 아는 단어 모르는 단어 싹싹 긁어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토마스는 미국이나 독일(이었나)에서 공부하고 싶다더라. 여행 쪽에 관심있는 거 같던데 워낙 영어가 짧아서 잘 못알아들었다. 알아듣는 척 하느라 혼났다. 토마스 덕분에 7시간? 9시간? 기차여행이 심심하지 않았다.

부하라역

부하라역은 밤에 도착했는데, 밤에 찍은 사진은 없다 밤 10시 넘어서 도착해서 얼른 숙소가서 씻고 잠들고 싶었다. 그 급한 마음 덕분에 택시 바가지 제대로 썼다. 120,000만숨에 부하라역에서 호텔까지 도착했다^^ 나랑 나이가 같았던 택시기사였는데 너는 내가 안 잊는다. 우즈벡 여행내내 이 새끼 때문에 피가 거꾸로 솟았다. 십만숨 약속해놓고 막상 도착하니 '이 차가 새 차여서 너는 십육만숨 내야 돼, 역에서 부터 여기까지 너무 멀어서 돈 더 내야 돼' 이 지랄을 떨어서 내가 십이만숨 먹고 떨어지라고 했다. 이 일을 계기로 택시기사에 대한 신뢰도가 훅 떨어졌다. 꼭 부자되길.

부하라에서 꼭 가는 관광지는 라비하우스, 칼론 미나렛, 칼론 모스크, 아르크 고성 정도인 것 같다. 물론 미리 조사하고 간 건 아니다. 여행하면서 느낀 건데 대부분의 관광지는 다 뭉쳐있어서 걸어다닐 수 있다. 나도 걸어다녔다. 평지라 걷기도 좋다.

아르크 고성(내 추측 우즈벡 학생들이 수학여행 많이 오는듯, 입장료 20,000숨?)
아르크 고성에서 찍은 사진 솔직히 그냥 그렇다,,
낮 칼론 미나렛과 칼론 모스크
낮 라비하우스
라비하우스 옆

 

부하라에서는 간이 좀 더 배 밖으로 뛰쳐 나와서 밤에도 혼자 걸어다녔다. 이틑날엔 비까지 와서 우비쓰고 돌아다녔다. 이것도 여행하면서 알았는데 우비쓰면 백프로 외국인이다. 여기는 웬만하면 우산을 안 쓴다. 우비는 더더욱 안 쓰고.

레스토랑에서 밥 먹고 호텔 키 놓고 나왔는데 친절하고 핸섬한 직원이 버선 발로 뛰어나와 가져다주었다. 아주 크게 스파시바(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밤 칼론 미나렛을 찍으려 오랜시간 존버했고 결국 승리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

밤 라비하우스
저기 분홍색 네온사인 비추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먹었다

 

황홀한 밤 칼론 미나렛

칼론 미나렛 사진 너무 잘 나와서 기분 좋았다. 한국에 있는 지금도 하루에 몇 번씩 본다. 게다가 사람들도 없었다,, 굳

칼론 미나렛 앞에 2층카페가 있는데 갑자기 급 무서워져서 얼른 집에 왔다. 왜 그랬지... 거기에서 차 한 잔하면서 칼론 미나렛 보면 더 행복했을텐데 말이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