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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우즈벡 일정 <타슈켄트 - 히바 - 부하라 - 사마르칸트 - 타슈켄트>

사마르칸트역/해질녘에 도착해서 사진 건졌다

히바 기차역에서 한 번, 부하라의 아르크 고성에서 한 번, 마지막으로 사마르칸트 숙소 Timur the great에서 한 번, 여행하는 동안 3번이나 마주친 일본인이 있었다. 왼 손 네 번째 손가락에 은반지를 끼고 있는 것으로 보아 결혼한 사람같았다. 나처럼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었는데 (몇 년 동안 수 백개의 애니를 본 성과를 뒤로 한 채) 나는 번역기로 왜 우즈벡으로 여행왔는지 물었다. 거리도 거리고, 내가 아는 한 일본과 우즈벡에 딱히 정치적인 접점도 없는 것 같아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대답은 곱씹을수록 로맨틱했다.

"블루를 좋아해서요"

샤히진다/네이버에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맞다. 우즈벡의 유적지는 블루, 블루, 또 블루의 향연이다. 왜 그렇게 푸른색을 유적지마다 칠해놓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딱히 답을 찾진 못하다가 우연히 '걸어서 세계속으로' 우즈벡편을 보고 알게 되었다. 하늘에 닿고 싶었기 때문에 그곳에 닿기를 염원하며 그렇게 만드는 건물마다 푸른 계열의 장식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 한다. 뭐랄까 영혼이 맑아지는 이유였다.

사마르칸트는 그런 맑은 우즈벡 사람들의 마음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지역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막상 가서는 '이게 다야?????'라며 머리 위에 물음표 백 개, 허무함 백 개를 띄우고 다녔지만 와서 찍어놓은 사진보니 나름 괜찮다. 아무튼 사마르칸트는 어떻게 색깔을 뽑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맑은 푸른 빛과 짙은 흙색, 옅은 흙색의 조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도시였다. 나는 사마르칸트 3일이나 있었기 때문에 웬만한 곳은 가봤다. 레기스탄도 숙소에서 3분거리라 아침먹고 보러가고 점심먹고 보러가고 저녁먹고 보러갔다. 사마르칸트의 유적지는 레기스탄, 비비하눔 모스크, 샤히진다(Shakhi-Zinda), 구르에미르 단지, 우즈벡 초대 대통령 묘소(무료), 다니엘 영묘 등이 있다.

구미에미르 단지 가는 길 공원

※물론 다 가면 좋지만 우즈벡은 돈 내고 들어가면 에게???? 싶은 유적지가 몇몇개 있다. 샤히진다 정도만 돈 주고 들어가도 안 아까운 것 같다. 모든 관광지가 20,000숨(한국 돈으로 3,000원 안 되는 돈, 나누기 8 해서 생각하면 한국 돈과 비슷)정도라 크게 아깝지는 않지만 돈 쓸 곳은 많다... 그리고 절대 다니엘 영묘를 돈 주고 들어가지 말 것.... 절대 노노... 볼 게 없어도 너무 없다... 허위 관광지 느낌...은 사견이니 참고만..

레기스탄 앞 벤치에서

레기스탄 옆에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그 길을 쭉 따라가다보면 비비하눔 모스크, 시압 바자르(사마르칸트 시장), 대통령 묘소, 샤히진다, 다니엘 영묘(여기는 좀 멀다)를 갈 수 있다. 처음엔 뭘 몰라서 택시탔는데 나중에 보니까 삥 돌아간거더라^^. 충분히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니 걸어다니길. 그리고 나는 안 탔지만, 레기스탄 옆 공원을 돌아다니는 작은 관광버스? 같은 게 있다. 시압바자르 앞이나 레기스탄 근처에서 사람을 탈 사람이 모아지면 운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 맞다. 부하라에서 사마르칸트까지 부하라 호텔에서 택시 아저씨께 내 기차표 끊는 걸 도와달라고 말씀해주셔서 끊을 수 있었다. 인터넷으로 예매해보려고 했는데 N차 시도 끝에 실패해서 몸으로 부딪혔다.

레기스탄을 인터넷 서핑하듯 들렸다. 특히 밤의 레기스탄을 손꼽아 기다렸다. 사진으로 마주한 레기스탄이 너무 아름다워, 내 손으로 밤기스탄을 꼭 찍겠다고 다짐하고 갔다. 그래서 레기스탄을 찍기 위해 저녁 6시부터 가서 벤치에 앉아있었다. 내가 벤치에 앉아있는 게 신기했는지 우즈벡 영보이 둘이 다가와 내게 말을 걸었고 시덥잖은 이야기를 주고받다 지친 나는 레기스탄 불이 언제 켜지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레기스탄 불은 일요일에만 켜진다고 한다. 뭐라고?????? 인터넷에 그런 얘기 없었는데... 그렇게 짜증이 잔뜩 난 채 있었는데, 다음 날 우연히 간 레기스탄에서 기적처럼 1분 동안 레기스탄에 불이 번쩍 켜졌다. 꿈을 꾸는 줄 알았다.

짙게 깔린 어둠 속에서 본 것은 아니었지만, 일요일이 아닌 요일에 불 켠 레기스탄을 봤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운이 정말 좋았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마르칸트 이틑날에 도시 전체가 단수되어 숙소아주머니가 가져다 주신 5L짜리 생수로 겨우 얼굴 씻고 이만 닦고 잤다. 아니 사마르칸트 우즈벡에서 제일 큰 관광도시 아닌가요??? 단수라니..어리둥절)

구르에미르
샤히진다

 

시압바자르
비비하눔 안
대통령묘소

덧붙이는 이야기

사마르칸트에 간다면 꼭 Timur the great 숙소에 묵길 바란다. 하루에 25달러에 조식이 포함되어있다. 숙소 시설은 내가 가 본 우즈벡 숙소 중에 가장 좋았다. 숙소 주인부부도 엄청 친절하시다.(얼마나 친절하시냐면 내가 타슈켄트에 간다고 했더니 자신들도 아들 보러 타슈켄트에 가니 같이 차타고 가자고 하셨다. 7시간 정도 걸렸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고속기차로 2시간 걸린다네..^^그래도 밥도 사주시고 감사했다.)

그리고 레기스탄 공원 밖으로 나가면 한국 치킨을 판다. 슬라드키(단 맛) 시켜서 먹으면 맛있고 그 옆에 있는 치킨 집도 맛집이다. 한국 통돌이 치킨하고 비슷하다. 사마트칸트에 있을 때 하루에 한 끼는 치킨을 먹었다. 샤슬릭과 빵에 지쳐서...

돈이 많으면 관광지 안에 들어가도 되는데 다니엘 영묘는 밖에서만사진 찍길 바란다. 강조한다. 샤히진다도 추천이 많아서 기대했는데 감흥이 별로,,, 레기스탄이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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