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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주 이내 낙태 허용'이란다.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른데 14주 이후의 낙태는 '불법'이란 소리다.
외국에서는 미프진과 같은 사후피임약(응급피임약)을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지만 그것조차 한국은 허용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후피임약은 일정 시간에 따라 다른 효용을 보이는데, 주말이 끼어있어 사후피임약을 늦게 처방받는다면 사후피임약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기저에는 약으로 생명을 지우는, 곧 낙태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있다. 사후피임약을 '쉽게' 생명을 지우는 약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나 틀렸다. 사후피임약은 생명을 지우지 않는다. 오히려 생명의 존엄을 지키는 약이다. 원하지 않는 임신은 임신한 당자자의 삶을 짓뭉게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낙태'라는 단어 안에 숨겨진 여성의 몸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낙태'라는 말이다. 낙태라는 단어는 이미 온갖 부정으로 낙인 찍힌 단어다. 단어에는 태아를 떨어뜨린다는 의미 뿐이지만, 사회는 낙태에 여러 의미를 부여했다. 책임감 없고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여성의 모습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낙태 결정은 본인 인생에 대한 책임이고, 생명은 세포가 아니라 낙태하는 당사자다. 이러한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에, 국가와 수많은 개인들이 관여하는 세태는 여성인권의 현실을 보여준다.
청와대가 처음으로 답변한 청원은 낙태죄 폐지에 대한 글이었다. 당시 청와대 수석이었던 조국은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보자며 낙태죄 폐지를 원하던 여성들에 희망을 줬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3년이 지나 청와대가 내놓은 진심은 여전히 낙태는 '죄'였다.
2020년에도 임신중절한 여성은 개인적으로도 고통을 겪어야하고, 사회적으로도 손가락질 받아야하며, 법적으로도 처벌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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