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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려면 벗어야 한다.' 공공연한 비밀이다. 2010년대 초중반 곡들의 컨셉은 유난히 선정성이 짙었다. 스텔라의 마리오네트나 요즘 역주행 반열에 오른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원조 역주행 아이콘인 EXID의 위아래 등이 그랬다. 이렇게 대놓고 '야한' 컨셉을 미는 곡들 외에도 여자 아이돌 대다수가 특정 신체를 드러내거나 강조해야만 '떴다'.

아이돌이라는 미명 하에 대중적인 성매매 산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반년 전 쯤엔 스텔라로 활동했던 가영 씨가 당시에 원치 않는 섹시 컨셉으로 활동하며 생긴 트라우마를 <미쓰백>에 나와 고백하기도 했다. 또 국민 프로듀서라는 이름으로 대중의 니즈를 아이돌 그룹에 반영한 프로그램을 만든다던 PD는 "남자들에게 건전한 야동을 만들어줘야 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프로그램의 진짜 속내를 밝혔다.

노출 심한 옷에는 자신감을 강조하며 환호하고, 화면을 위해 만들어진 마른 몸은 선망이 대상이 된다. 연예인들은 일을 한다지만 이를 소비하는 어린 세대는 우상이 보여주는 세상을 가리지 않고 떠받든다. 그리고 그들을 커버한다며 비슷하게 야한 옷을 입고, 그 야한 춤을 따라한다. 보호받아야 할 10대 초중반의 어린 아이들은 그 성산업을 따라한다.

여전히 유효한 얘기다. 선미의 곡 '꼬리' 커버 영상을 올린 10대들은 선미처럼 가슴이나 서혜부를 노출한 옷을 입지는 않았어도, 짧은 탑과 짧은 바지 혹은 오프숄더 상의와 짧은 바지와 같은 10대 학생들에게는 유해한 옷을 입고 선미처럼 성행위를 묘사하는 춤을 췄다.

성에 관대해지면 약자들이 위험해진다. 당장 성문화에 관대한 미국을 봐도 알 수 있다. 넷플릭스 <섹스토피아>에서는 봄방학을 맞아 해변에 놀러온 대학생들의 자유분방한 성문화가 사실은 분위기가 유도하는 '강압' 과 실질적인 폭력이 존재하는 현실에 기인함을 보여준다. 벗으라는 군중의 폭력적인 외침에 상의를 벗게 되고,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쿨하지 못한 여자'가 되는 압박을 준다. 이런 식으로 남성은 여성으로부터 섹스를 갈취하게 되는 성폭력 문화가 완성된다.

여전히 아이돌은 짧은 옷을 입고 춤을 추지만 페미니즘 흐름을 타고 이제는 과도한 노출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됐다.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 대중의 선택을 받은 것도 야한 컨셉이 아니라 밝은 웃음 때문이었다. 변화는 더디지만 진행 중이다. 문제는 선전성을 파는 아이돌 문화가 더 '은밀히'작동하고 있다는 점인데, 더 많은 지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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