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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

감성의 시대

*!*b 2021. 4. 1. 23:57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주요 안건으로 떠오른 이유는 사회에서 '미세한' 차별이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기 중에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에는 일반 마스크가 아니라 KF-94 마스크를 써야하듯 미세한 차별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섬세한 법이 필요하다. 보다 복합적인 차별 문제를 다루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약자의 언어로써 쓸모를 갖게 된다.

문제는 법이 꼼꼼해지는 만큼 법망을 피하려는 꼼수가 진화한다는 것이다. 꼼수로 법망을 피할 뿐만 아니라 되려 이용하기도 한다.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하자 턱스크를 하고도 마스크를 썼다고 우기는 행동은 꼼수가 진화한 경우이고, 묘목을 심어 투기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 LH 직원들의 행태는 법을 잘 이용한 경우다.

법은 일정한 룰일 뿐 정의를 대리하지 않는다. 인간의 악용으로 충분히 더럽혀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새로운 세대는 '감성' 혹은 '감수성'으로 법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한다. MZ세대에게는 '내가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냐'가 더 중요하다. 법이 어떻게 해석하든 세대가 공유하는 ''을 사회로 확장하는 게 핵심이다.

감수성은 여러 단어와 붙어 합성어처럼 쓰인다. 성인지'감수성', 젠더'감수성', 인권'감수성', 다문화'감수성' 등이다. MZ세대는 민주주의 제도의 정착을 우선시했던 민주화 세대 너머의 세상을 바라본다. 이제 우리는 제도를 완성했으니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사람'을 중심으로 그 내용을 더 충실히 채우자고 요구한다. 차별받는 집단 예컨대, 여자·아동·장애인·다문화 가정 등을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멀리 있는 법 대신 내 안의 '감성'으로 사회와 호흡하고자 한다.

예민한 2030이 많다고 한다. 2030은 자기표현에 능숙하고, 역지사지의 감수성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이전 세대는 문제라고 지적하지 못했던 것을 MZ세대는 '불편하다'고 표현한다. 성범죄 피해자에게 '순백의 피해자상'을 강요하는 게 틀렸다고 합의되기 시작한 건 MZ세대가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생긴 변화다.

사실 '어떻게 느끼느냐'는 상당히 주관적인 평가일 수 있다. 그래서 그간 법은 감정의 영역을 터부시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MZ세대는 SNS 등의 발전된 소통 창구를 통해 피해 경험을 공유하며, '공통의 감각'을 이끌어냈다. 감각이 발달하니 '예민'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제 감성의 시대. 개인의 경험은 얼마든지 사회의 경험으로 치환될 수 있다. 더 이상 민주주의는 특정 기득권의 명예가 아니다. 개인과 개인의 연대감을 잇는 감각으로 사회 시민의 사소한 목소리에 집중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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