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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민주화 운동 한번 하고 한 자리씩 차지했다며 86세대를 비판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민주화, 그거 뭐 한 이삼십년 쯤은 지난 옛날 일이고, 어차피 운동하다 죽지도 않고 살아있는 인사들인데 정치한다며 단물 빠진 '과거'를 울궈먹는 것이 상당히 불편한 모양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강한 반감이 든다. 민주화는 대단한 '별 것'이다. 민주화 운동하다 '죽었어야'만 의미를 갖게 되는 것도 아니다. 민주화라는 과거는 지금도 우리의 가장 큰 기둥이다. 물론 정권을 잡은 민주화세력이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대가로 사회의 이익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겨우 민주화 운동해놓고~하는 식으로 민주화 운동을 동네 개 취급하는 것은 한국의 정신을 부정하는 행위다.

나는 그런 말을 하는 작자들은 분명 그 시대의 엄혹함을 모르거나 혹은 그 엄혹함에 편승해 이익을 취한 집단이라고 확신한다. 군대가 정부를 차지한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미얀마만 봐도 알 수 있다. 옛날 일이 아니라 2021년, 현재도 진행 중인 일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더 고달픈 상황이었을 거다. 북한이 있으니 '빨갱이'로 몰아 처벌하기도 쉽고 죄 없는 사람들을 잡아다 고문하면서도 죄책감도 덜했을 테다. 그런 폭압의 생존자들을 두고 지난 일 운운하면서 민주화 운동를 저평가하는 말들이 반세기도 채 안 돼서 나오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민주화 세력이 불러온 혹은 꿰인 공정논란은 핵심은 집단으로 타락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그저 '권력'의 집중으로 생긴 문제라고 본다. 그러니 까려면 권력을 남용한 잘못을 까야지, 민주화 운동 자체를 훼손하려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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