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든지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적시한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은 성별, 학벌, 나이,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받는다. 차별 문제를 사적영역에 방임한 사이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약자를 향한 혐오표현이 여과없이 쏟아지고 있음은 물론 성별에 따른 채용, 학벌에 따른 임금차이도 여전하다. 만연한 차별을 바로잡고 평등한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절실한 이유다. 먼저 차별을 ‘범죄’로 인식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보통 약자에 대한 혐오표시는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희석되며 범죄가 아닌 개인의 도덕성만 문제가 되곤 한다.얼마 전 유명 웹툰작가 A씨가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성상납을 자행하는 여성의 모습을 그..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공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언이다. 그러나 집권 후반기에도 ‘공정’한 사회인지에 대한 의심과 체념이 가득하다. 더 나아가 이제는 분노에 찬 시민들이 한 목소리로‘공정’을 요구하고 있다. 공정이란 무엇인가. 공정이란 공정의 공(公)은 사사로움을 뜻하는 사사 사(厶)자에 나눔을 뜻하는 여덟 팔(八)자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글자로, 사사로움을 나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즉 공정은, 개인윤리와 법 사이에서 내 것을 사회와 나누며 인간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내 것을 나누고 지위고하의 구별을 넘어 인간을 존중하겠다는 공정의 정신은 근래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공정’의 허점 젊은 세대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단군 이래 최..
중대재해법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기업처벌을 빼고 본회의를 통과했다. 핵심은 중대재해를 저질러 노동자를 위험에 빠뜨린 기업에게 죄를 묻고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 유예, '또는'을 넣어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확대했다. 실효성을 잃었다. 한국 대부분의 사업장이 50인 미만인데다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넓혀놔서 오너 처벌을 내세워 기업의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 극소수의 재벌 입김이 대다수 노동자인 국민의 바람보다 센 현실이다. 민주당이 재벌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공수처 개정안 처리할 때는 독재라는 비난까지 감수하더니, 중대재해법에서는 유독 야당과 '합의'를 강조하며 이름만 '중대재해'법인 것을 통과시..
“실례지만 어데 최씨입니꺼?” 영화 의 대사로 처음 보는 상대의 성과 본관은 물론 파와 항렬까지 줄줄이 나열하며 모르는 사람도 아는 사람이 되는 한국의 독특한 문화가 그려진다. ‘집단’을 중시하는 한국적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같은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라면 설령 처음 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끌어주고 밀어주는 게 한국의 오랜 관습이다. 그래서 가진 이들이 학연·지연·혈연을 총동원해 공고한 카르텔을 건설하고 그 카르텔을 이용해 부와 명예, 그리고 사회적 지위까지 독점한 것은 비단 오늘날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사회가 발전하며 그것이 ‘범죄’라는 사회적 합의가 완성되었다. 하지만 지위를 이용한 특혜는 여전하고 학연·지연·혈연은 더 은밀하지만 확실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 수가 더 교묘해져 ‘합법적..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할 수 있을까?정의당 강은미 의원과 민주당 일부 의원이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다. 안전관리의 주체를 기업과 경영책임자로 명확히 정하고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를 '기업범죄'로 처벌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모처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 위원장도 중대채해기업처벌법 취지에 공감하며 탄력을 얻나 싶었지만 민주당이 입장을 정하지 못한 가운데, 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산업안전법보건법 개정안을 들고 나왔다.산안법 개정안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다투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첫 번째로 입증책임의 문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원청과 사업주에게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신안법은 '의무를 지켰는지'가 ..
"국회의 권위는 양복으로 세워지지 않는다", 원피스를 입은 국회의원21대 국회 최연소 국회의원인 류호정 의원은 지난 8월 4일 원피스를 입고 본회의장에 출석했다. 비판은 거셌다. 원피스를 입은 류 의원을 보고 "룸쌀롱 새끼 마담같다"라는 성희롱적 발언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타인을 향한 평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모든 종류의 평가가 경계시 되는 분위기 속에서 정제되지 않은 말들이 나왔다. 이 논란은 평소 우리 사회가 원피스 입은 여성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류 의원은 이를 두고 "보통 여성들의 일상"이고 국회의 권위는 양복으로 세워지지 않는다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동료들과 이벤트 공약을 지키기 위해 입은 원피스였다며 밝히기도 했지만, 류호정 의원의 원피스는 한..
정한론(征韓論)은 1870년대 일본에서 제기되고 또 실행되기까지 한 일본의 대조선 침략 담론이다. 명분은 조선이 나라의 문을 닫고 일본과 국교를 맺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었지만 다른 속내가 있었다. 문명개화에 대한 사족의 반발을 조선 침략을 통해 잠재우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일본을 공격한다는 뜻으로 남벌(南伐)을 썼다. 정한론과 남벌에서 각각 '치다', 즉 공격하다의 뜻을 가진 단어는 칠 정 征과 칠 벌 伐이다. 우리말로 생각한다면 정과 벌에는 단지 치다의 의미만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한자가 가진 단어의 위계를 생각한다면 분명히 '다른' 단어다. 먼저 칠 정은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복속시킬 때 사용하는 한자고 칠 벌은 작은 나라가 큰 나라에 대항할 때 쓰는 단어다. 효종시기 제기되었던 북벌론을 생각..
한국과 일본의 감정의 골은 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과거사 문제입니다. 한일관계는 65년 국교정상화부터 문제가 있었습니다. 양국정부는 쟁점이 되는 문제를 ‘후대에 미뤄두는’ 무책임한 태도였고, 미국의 요구대로 협정 체결에 급급했습니다. 겉으로 볼 때는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그 지원을 토대로 경제 성장을 했으니 ‘잘 해결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청구권 협정 당시 가려졌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강제동원 피해자들입니다. 일제에 의해 직접적으로 삶이 파괴되었던 이들은 정작 배상도, 사과도, 아무것도 받지 못 한 채 독재정권 하에 숨죽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은 90년대 이후 민주정권이 들어서서야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65년에 맺었던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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